2022 Gyeonggi Artist Highlights
New Moon
2022. 11. 24. — 2023. 02. 12.
GMoMA Exhibition Hall 3,4
This exhibition is a new presentation by the artists selected as the “2022 Gyeonggi Visual Arts Highlights Project” supported by the Gyeonggi Cultural Foundation.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opens Gyeonggi Artist Highlights 2022, New Moon. ‘Gyeonggi Artist Spotlight’ is a cooperative project jointly hosted by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and Arts&Culture Headquarter, Arts Support&Incubating Dept. of Gyeonggi Cultural Foundation, and was prepared to support the continuous growth of prominent artists in Gyeonggi-do, who have been making noticeable activities in Korean contemporary art.
In the second business year following 2021, Ki Seulki, Kim Siha, and Chen Dai Goang, active in various media and subjects such as photography, sculpture, and installation, were selected.
The participating artists Ki Seulki, Kim Siha, and Chen Dai Goang have developed keen eyes to see this era and have quietly expanded the world of artworks at their own pace. By examining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characteristics of photography and the act of viewing, and by subverting the processes of taking and viewing pictures, Ki Seulki has thrown questions that make us look back on today’s image production and consumption. The keywords of her works in this exhibition are photography, illusion, and space. The artist presents overlapping layers that reflect the collision of lights, a study on error mechanisms that institutionalize errors in graphics, and a series of experiments in white photography. Chen Dai Goang has presented architectural sculpture works, transforming the exhibition space into a landscape by building and connecting memory spaces in the physical, historical, social, and cultural contexts of places. In this exhibition, the artist expands ‘memories’ as personal histories and ‘home’ as a private space into a common memory and a space of us, you, and I. Lastly, Kim Siha deals with worldviews which are divided into natural and artificial, living and inanimate, visible and invisible, and fact and fiction. the artist also covers subtle dierences between them, and senses including psychological parts such as separation and anxiety and creates a space that looks like a theater stage. In this exhibition, the artist explores the boundary between ‘usefulness’ and ‘uselessness’ and presents a round stage.
New Moon presses pause on the three artists’ worlds of work and examines them from the perspective of ‘present.’ The artists have studied their respective media earnestly. They make their world of work as if they are drawing a constellation. We see our daily life from a new perspective and expand the scope of our thinking by connecting the stars that they have embroidered with their works.
The exhibition title, “New Moon,” indicates the best time of one month to observe the stars. For a long time, humans looked up at the stars in the night sky to measure the passage of time and find their direction. As a guide for studying the unknown universe, the stars have influenced our lives, from the minute details of our daily lives that we are unaware of to society as a whole. Here are the works that started from dierent starting points and now tell us stories at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We can metaphorize them as the burning starlight that occurred in other times and spaces and reached us now. Through this exhibition, we are attempting to examine the constellations that artists who create their microcosms will draw forward, like constellations that have their own myths.
Among the works scattered by the artists, these new works shine the brightest like novas. Through these works, we hope that the audiences will find their own time and direction beyond the boundaries of their own eyes and thoughts. Like stars that have long guided people to find the passage of time and the directions, we hope that the exhibition, New Moon, will be an experience that allows audiences to look into the starlight in detail for a long time.
1.기슬기, 〈그것은-당신의-눈에-반영된다〉, 2022
기슬기, 〈그것은 당신의 눈에 반영된다〉, 2022 전시전경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나무액자, 유리, 150×100㎝
기슬기, 〈그것은 당신의 눈에 반영된다〉, 2022 세부 이미지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나무액자, 유리, 150×100㎝
기슬기, 〈그것은 당신의 눈에 반영된다〉, 2022 세부 이미지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나무액자, 유리, 150×100㎝
작가는 달의 위상 변화를 찍었다. 지구에서 한쪽 면만 보이는 달은 태양의 빛을 반사하는 지구의 위성이다. 인류의 신화와 동화 그리고 역사적 서사와 문학의 소재로 등장했던 달은 인류에게 오랜 시간 ‘바라봄’의 대상이었다. 사진이 실체를 반영하는 매체라고 한다면, 달 역시 스스로 빛을 내는 것이 아니라 거울처럼 빛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작가는 전시 오픈전에 모든 작업의 설치와 조명 작업을 마친 후 전시공간의 가장 긴 벽에 설치되어 있는 아홉 점의 사진 작품을 피사체 삼아 다시 촬영하였다. 작품을 작가의 눈높이와 정면으로 마주하여 액자 유리에 반사되는 작가의 다른 작품과 전시공간을 함께 담아냈다.
재촬영된 작업은 전시장에서 관객이 마주하고 반영될 때 비로소 완성되는 인터랙티브 작업이다. 시간이 담겨 압축된 상태로 재현하는 작품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달의 모습에서 다시 한번 유사성이 보인다. 작가는 이를 통해 사진 한 장에 축적된 시간과 공간들의 층위를 담아내었다. 완성된 사진 위에 반사된 여러 레이어 중첩을 통해 시간의 축적과 프레이밍, 이미지의 생산과 복제, 그리고 사진찍기와 사진보기 사이의 끊임없는 이어짐을 보여준다.
우리는 인쇄된 사진을 바라볼 때 본래 이미지 이외에도 인화지와 액자 유리에 반사되는 대상을 함께 보게 되고, 같은 사진 작품이라 할지라도 설치된 공간의 조명 밝기와 색에 따라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것은 당신의 눈에 반영된다.” 라는 관객이 작품을 관람하는 동일한 조건에서 사진 작품을 촬영한 작업으로 관객이 실제 관람 시 경험하게 되는 상태를 의도한 것이다. 액자 유리를 통해 반사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면 뒤로 보이는 실제 공간이 보이고 동시에 작가의 시점으로 촬영된 공간이 오버랩 된다. 작품 정면에서 촬영자의 모습이 반사되지 않게 촬영되는 것이 불가능 하지만 작품 앞에서 관객이 오롯이 반영되어 보이기 위해 촬영자의 모습을 피해 다각도로 촬영했다. 작가는 이번 작업을 통해 이미지의 실제적 경험을 질문하고 관객참여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재생산되는 이미지를 실험한다. 달과 달을 찍은 사진 그리고 사진을 바라보는 관찰자 여기서 그것은 무엇이며 당신의 눈엔 또 무엇이 반영되는가?
기슬기 b.1983
기슬기는 사진을 찍는 주체와 피사체, 보는 주체와 바라보는 대상의 간극을 다루어 왔다. 작가는 인화된 사진을 다시 찍는 과정을 반복하여 원본의 이미지를 변형하거나, 사진을 자르고 콜라주해 만들어진 이미지와 공간의 경계를 흐리는 등 다양한 연출로 사진의 재현방식을 확장한다. 작가는 프레이밍과 포착, 인화 등의 프로세스를 부각하여 사진 매체의 특성을 이용하거나 전복하여 새로운 이미지와 맥락을 만들어낸다. 오늘날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고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공유할 수 있고, 데이터로 존재하는 이미지는 사진으로 출력할 수 있다. 작가는 오늘날 사진을 둘러싼 여러 층위를 탐색하며 자신만의 사진 예술을 구축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 일루전, 공간을 키워드로 사진의 물성을 탐색하는 신작을 선보인다. 작가는 여러 시공간의 층위가 쌓여 만들어진 사진 이미지가 ‘종합된 차원’으로 출력된 작품들을 통해 인지하고는 있지만 드러나지 않아 간과하는 지점들을 전면에 드러내어 사진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사진의 기계적 역학의 간극을 탐색한다. 사진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또한 경험의 층위에 따라 다를 것이다. 서로 다른 레이어를 쌓아온 객체와 보는 주체인 관객의 조우는 비단 사진이라는 매체를 넘어, 본다는 것과 인식하는 것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경험이 될 것이다.
2. 기슬기, 〈빛은 인쇄되지 않는다〉, 2022
기슬기, 〈빛은 인쇄되지 않는다_안드로메다 은하〉, 2022
잉크로 칠한 종이에 인쇄, 250×150㎝ (50×50㎝ 15개)
기슬기, 〈빛은실장님 인쇄되지 않는다_허블 울트라 딥 필드〉, 2022
잉크로 칠한 종이에 인쇄, 150×200㎝ (50×50㎝ 12개)
사진에서 흰색은 빛에 가장 오랫동안 노출된 색이며 강렬한 빛일수록 시간의 축적을 의미한다. 오프셋 인쇄와 사진에서의 색 재현에 사용되는 잉크는 CMYK(시안, 마젠타, 엘로우, 블랙)이고 출력에 있어서 흰색은 색이 올라가지 않고 비워짐을 나타낸다. 작가는 인쇄에서 가장 밝은 빛이 흰색으로 표현되고 그 흰색은 인쇄되지 않는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검은 지지체를 선택했다. 그 위에 오랜 시간의 노출로 촬영되어 빛나는 별들을 인쇄했다. 인쇄된 이미지는 명도 차가 거의 나지 않기 때문에 빛의 반사를 통해 이미지를 인지할 수 있고 보는 각도에 따라 네거티브 필름효과로 보인다. 인쇄되는 부분의 유광 잉크와 대조적으로 출력 되지 않는 부분(빛)은 무광으로 재현하기 위해 한지에 먹을 올려 검은 지지체를 제작했다. “빛은 인쇄되지 않는다” 시리즈인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열흘간 허공을 찍은 이미지 “Hubble Ultra Deep Field”에는 무수히 많은 별들과 외계 은하가 빛을 통해 존재를 드러낸다. 인지하지 못했거나 더 큰 빛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을 뿐, 낮에도 밤에도 별은 늘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하며 존재하는 것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기슬기 b.1983
기슬기는 사진을 찍는 주체와 피사체, 보는 주체와 바라보는 대상의 간극을 다루어 왔다. 작가는 인화된 사진을 다시 찍는 과정을 반복하여 원본의 이미지를 변형하거나, 사진을 자르고 콜라주해 만들어진 이미지와 공간의 경계를 흐리는 등 다양한 연출로 사진의 재현방식을 확장한다. 작가는 프레이밍과 포착, 인화 등의 프로세스를 부각하여 사진 매체의 특성을 이용하거나 전복하여 새로운 이미지와 맥락을 만들어낸다. 오늘날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고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공유할 수 있고, 데이터로 존재하는 이미지는 사진으로 출력할 수 있다. 작가는 오늘날 사진을 둘러싼 여러 층위를 탐색하며 자신만의 사진 예술을 구축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 일루전, 공간을 키워드로 사진의 물성을 탐색하는 신작을 선보인다. 작가는 여러 시공간의 층위가 쌓여 만들어진 사진 이미지가 ‘종합된 차원’으로 출력된 작품들을 통해 인지하고는 있지만 드러나지 않아 간과하는 지점들을 전면에 드러내어 사진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사진의 기계적 역학의 간극을 탐색한다. 사진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또한 경험의 층위에 따라 다를 것이다. 서로 다른 레이어를 쌓아온 객체와 보는 주체인 관객의 조우는 비단 사진이라는 매체를 넘어, 본다는 것과 인식하는 것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경험이 될 것이다.
3. 기슬기, 〈시스템〉, 2022
기슬기, 〈시스템〉, 2022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00×100㎝
기슬기, 〈시스템〉, 2022 세부 이미지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00×100㎝
작가는 사진을 찍을 때 주로 최종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사진에서 그 과정을 거꾸로 피사체, 촬영의 방식, 프레이밍과 셔터 스피드, 빛의 조도와 노출 등 수많은 요소를 조절하여 작업한다. 작가는 데이터 이미지를 다른 플레이어에서 재생하였을 때의 오류로 그래픽이 깨지는 현상에서 일정한 규칙을 발견했다. 이 오류의 규칙을 분석하기 위해 완벽한 기하학 도형이라고 하는 원과 구의 형태를 촬영하고자 했다. 〈시스템〉은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에서 제공하는 가상의 3D 태양계의 행성 이미지를 작가가 컨트롤한 오류 메커니즘으로 어긋나 보이게 만든 것이다. 행성은 서로 다른 표면, 질감, 색상으로 이루어져 작가가 생각한 오류를 실험하기 적합한 대상이었다. 작가는 오류의 규칙성을 발견하고 다시 컨트롤함으로써 더 이상 오류가 아닌 시스템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작품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들을 작업에 어떻게 녹여내어 수용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으로 끌고 오는지에 대한 작가로서의 고민이 담겨있다.
기슬기 b.1983
기슬기는 사진을 찍는 주체와 피사체, 보는 주체와 바라보는 대상의 간극을 다루어 왔다. 작가는 인화된 사진을 다시 찍는 과정을 반복하여 원본의 이미지를 변형하거나, 사진을 자르고 콜라주해 만들어진 이미지와 공간의 경계를 흐리는 등 다양한 연출로 사진의 재현방식을 확장한다. 작가는 프레이밍과 포착, 인화 등의 프로세스를 부각하여 사진 매체의 특성을 이용하거나 전복하여 새로운 이미지와 맥락을 만들어낸다. 오늘날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고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공유할 수 있고, 데이터로 존재하는 이미지는 사진으로 출력할 수 있다. 작가는 오늘날 사진을 둘러싼 여러 층위를 탐색하며 자신만의 사진 예술을 구축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 일루전, 공간을 키워드로 사진의 물성을 탐색하는 신작을 선보인다. 작가는 여러 시공간의 층위가 쌓여 만들어진 사진 이미지가 ‘종합된 차원’으로 출력된 작품들을 통해 인지하고는 있지만 드러나지 않아 간과하는 지점들을 전면에 드러내어 사진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사진의 기계적 역학의 간극을 탐색한다. 사진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또한 경험의 층위에 따라 다를 것이다. 서로 다른 레이어를 쌓아온 객체와 보는 주체인 관객의 조우는 비단 사진이라는 매체를 넘어, 본다는 것과 인식하는 것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경험이 될 것이다.
4. 기슬기, 〈검은 빛〉, 2022
기슬기, 〈검은 빛〉, 2022
43인치 모니터 디스플레이, 디지털 이미지, 가변크기
기슬기, 〈검은 빛〉, 2022 세부 이미지
43인치 모니터 디스플레이, 디지털 이미지, 가변크기
작가는 모니터 디스플레이에 검은 이미지를 재생하고 그 화면을 찍기 위해 플래시를 터뜨려 촬영하였다. 자세히 보면 플래시 주변으로 작은 빛의 점들이 보인다. 모니터 스크린을 사이에 두고 검은 이미지를 송출하는 디스플레이의 빛과 이를 찍기 위해 터진 플래시 빛이 충돌하면서 보이지 않았던 주변의 먼지, 얼룩 등에 의해 반사된 것이다. 더 자세히 보면 개별 빛의 번짐과 색의 밝기의 정도로 거리감과 공간감이 느껴진다. 마치 얇은 모니터 스크린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서 충돌하는 빛이 무한한 우주 공간을 만들어낸 듯하다. 우리는 모니터의 검은 화면을 흔히 빈 화면이라고 말하지만,
그 ‘비어있는 화면’에는 검은색을 송출하기 위해 빛이 가득 차 있다. 검은 스크린 위에는 여러 빛이 스쳐 간 반사광이 서로를 거울삼아 어른거리고 작가는 그 찰나의 시간을 축적하여 지금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작품은 피사체가 되었던 모니터 디스플레이의 검은 이미지처럼 비물질 상태의 데이터로 전시된다.
기슬기 b.1983
기슬기는 사진을 찍는 주체와 피사체, 보는 주체와 바라보는 대상의 간극을 다루어 왔다. 작가는 인화된 사진을 다시 찍는 과정을 반복하여 원본의 이미지를 변형하거나, 사진을 자르고 콜라주해 만들어진 이미지와 공간의 경계를 흐리는 등 다양한 연출로 사진의 재현방식을 확장한다. 작가는 프레이밍과 포착, 인화 등의 프로세스를 부각하여 사진 매체의 특성을 이용하거나 전복하여 새로운 이미지와 맥락을 만들어낸다. 오늘날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고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공유할 수 있고, 데이터로 존재하는 이미지는 사진으로 출력할 수 있다. 작가는 오늘날 사진을 둘러싼 여러 층위를 탐색하며 자신만의 사진 예술을 구축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 일루전, 공간을 키워드로 사진의 물성을 탐색하는 신작을 선보인다. 작가는 여러 시공간의 층위가 쌓여 만들어진 사진 이미지가 ‘종합된 차원’으로 출력된 작품들을 통해 인지하고는 있지만 드러나지 않아 간과하는 지점들을 전면에 드러내어 사진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사진의 기계적 역학의 간극을 탐색한다. 사진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또한 경험의 층위에 따라 다를 것이다. 서로 다른 레이어를 쌓아온 객체와 보는 주체인 관객의 조우는 비단 사진이라는 매체를 넘어, 본다는 것과 인식하는 것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경험이 될 것이다.
5. 천대광, 〈사람의 집〉, 2022
천대광, 〈사람의 집〉, 2022
목재, 조명, 950×450×500㎝
〈사람의 집〉은 기억이라는 개인의 역사와 집이라는 개인의 공간을 나와 너, 우리 공통의 기억과 공간으로 확장한 것이다. 작가는 슬래브(slab)의 건축 방식을 차용하여 자신의 기억에서 비롯된 공간들이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조각조각 붙여 새로운 조형으로 만들었다. 슬래브는 콘크리트 바닥이나 양옥의 지붕처럼 콘크리트를 부어서 한 장의 판처럼 만든 구조를 일컫는데, 우리나라의 양옥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건축 방식이다. 슬래브 형식의 양옥은 작가의 유년 시절의 풍경이자 시간의 조각이다. 작가는 유년 시절 1970년대 급격한 산업화와 근대화 시기에 도시 곳곳에서는 건물을 짓는 것을 보며 자랐다.
집은 나를 담아내는 공간이자 내가 만들어지는 집으로, 집은 물리적인 공간 이상의 공간이다. 개인은 개인으로서만 존재할 수 없고 개인을 둘러싼 시공간의 풍경을 구성한 수많은 요소와 함께 자라왔으며 앞으로도 그리 살아갈 것이다. 이것이 작가가 집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풍경을 만들며 우주를 담아내고자 하는 이유이다. 작가가 전시장에 지은 새로운 기억의 공간은 지금까지 작가가 수행적으로 경험하고 창조해 온 일련의 공간들(작품)의 투영이자 그가 작가로서 갖는 태도 그 자체이다. 작가가 그려낸 풍경 안팎에서 각자 자신만의 시공간의 경험을 품고 있는 관객들은 그의 기억에 임의 접속하며 각자의 공간적 경험과 감응을 만들어 갈 것이다.
천대광 b.1970
천대광은 다양한 재료로 공간을 구축하여 관객에게 새로운 공간적 경험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을 보여준다. ‘견인도시 프로젝트’처럼 건축적 양식을 취한 작품으로 해당 공간의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결들을 드러내거나, 혹은 장소 특정적으로 작품이 위치한 곳의 물리적, 공간적, 건축적 조건을 고려해 그 장소에서의 경험을 극대화하거나 혹은 예견된 경험을 완전히 전복시키는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 왔다. 작가가 제시하는 공간들은 리서치나 경험에서 비롯된 작가의 기억 혹은 그 기억을 기반으로 한 상상에서 비롯된다. 관객이 위치하며 채워지고 비워지는 공간, 공간의 안팎을 구획하는 건축적 형식의 벽, 빛과 그림자, 소리와 정적 등 공간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이용해 작품의 내외부를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유기적이며 하나로 작동되는 우주를 구체적인 형상으로 드러낸다.
6. 김시하, 〈조각의 조각〉, 2022
김시하, 〈조각의 조각〉, 2022
스테인리스 스틸, 철판, 시멘트, RGBW 조명, 우레탄 페인트, 그 외 혼합재료, 가변크기
〈조각의 조각〉에서 김시하는 쓸모와 무쓸모의 경계선을 더듬어본다. 작품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간극을 다룬 이전의 작품들과 주제적으로 연결된다. 작품은 제목 그대로 작가에게 선택되지 않은 ‘조각의 조각’들로 구성된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최종적으로 작가에게 선택되어 전시된 조각(sculpture)을 ‘쓸모’라고 본다면, 그 형상을 위해 버려지는 조각(piece)들을 ‘무쓸모’라 할 수 있다.
무쓸모가 쓸모가 되는 순간은 관객과 작품이 마주할 때 구현된다. 관객은 작품의 안팎에서 작품을 관조하거나 작품 속에서, 작품과 함께 여러 레이어의 풍경에 참여하며, 작가가 공간에 흩뿌려놓은 단서와 풍경들을 토대로 쓸모와 무쓸모의 경계선을 자신만의 생각과 감각으로 더듬어가게 된다. 작품이 설치된 공간은 바로 작품의 무대이자 관객들의 통로이다.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알 수 없는 원형의 무대에서 관객은 자신도 모르게 무대 위의 주인공으로 작품과 함께하거나, 혹은 이 모두를 관조하며 무대를 바라보거나 통과하는 산책자가 될 수 있다. 전시 공간과 작품, 작품과 관객을 구분 짓지 않는 〈조각의 조각〉은 조형적인 아름다움과 압도되는 중량감으로 사실과 허구,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쓸모있음과 쓸모없음을 가르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을 하고 있다.
김시하 b.1974
김시하는 자연과 인공, 중심부와 주변부, 생물과 무생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실과 허구 등 양분된 개념들의 간극, 괴리, 그리고 경계에 대한 사고와 감각을 다루어왔다. 작가는 조각과 설치의 경계를 넘나들며 공간을 하나의 무대처럼 연극적인 연출로 구성한다. 무엇과 무엇의 사이인 ‘경계’에 집중하는 작가의 관심은 작가가 취하고 있는 일종의 연극적 무대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무대는 사건이 발생하는 서사를 담아내는 공간이다.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이야기를 담아내는 무대보다는 주로 극의 내용, 혹은 극을 이끌어가는 배우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작가는 극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공간적 연출, 즉 무대를 마치 극의 주인공처럼 끌어온다. 작가는 설치로 펼쳐놓은 공간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제시하고 그곳에 은유로 이야기를 흩뿌려놓는다. 그리고 관객은 작품의 밖에서 관조하거나 혹은 그 안에서 작품의 주요한 요소로 작동되는 경계에 위치하며 작가가 흩뿌려놓은 감각의 단서들을 더듬어간다. 작가는 최근에는 더욱 물성이 강조된 조각 작업 혹은 물리적인 물성이나 중력이 전혀 없는 공간에서의 조각 실험을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