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핑-레벨 캐스팅
홍명섭
디벨로핑-레벨 캐스팅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홍명섭(1948-)은 한국의 대표적인 설치미술가이다. 그의 작업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재료와 설치 장소에서만 그 작업의 형성 조건이 가능할 뿐인 ‘일시적인’ 작업에 대부분의 세월을 몰두하였다. 홍명섭은 미술작업 뿐 아니라 글쓰기와 미술행정가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디벨로핑-레벨 캐스팅〉(1987/2004)은 검은 리놀리움판 600장과 스테인리스 봉을 조립해 원고지 모양으로 제작한 조각작품이다. 3차원의 입체 조형원리가 조각의 특성일 터인데 이 작품은 2차원의 평면을 지향하는 듯 바닥에 밀착되어 있다. 이 작품은 일종의 모듈적 개념에 의해 전시 공간 또는 현장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조립, 제작될 수 있다. 묘듈 단위들의 조합 기회가 한시적일 수 있다는 것이 작품의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이며, 이는 홍명섭이 지속적으로 탐색해온 “수평에의 의지”와 상관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들은 “예술의 고정가치에 대한 견고성과 지속성을 해체 하는 일시적 조립 설치 방법론”을 따르고 있는데, 형태결정론이 무화된 이런 설치작업은 한국 현대미술에서 독특한 미학적 화두를 던져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