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영원히 살기를 원하는가 13
조습
누가 영원히 살기를 원하는가 13
조습(1975-)은 스스로 작품 속 중심인물로 등장해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적 순간들에 기반한 사진 작업을 이어왔다. 〈습이를 살려내라〉(2002), 〈묻지마: 5.16〉(2005) 등의 초기작부터 최근 〈광(光)〉(2018) 연작까지 사진언어로 장편 서사를 써왔다. 믿음, 역사, 개인의 사회적 정체성과 같이 우리 역사와 문화를 기민하게 다루며, 작가 특유의 까발리는 듯한 해학이 난무하는 그의 작업은 여러 스탭들과 고군분투한 연출 사진 작업들로, 시나리오와 현장에서의 세밀한 연출에 의해 완성되는 영화 제작 방식을 닮았다.
〈누가 영원히 살기를 원하는가〉(2008)는 일반에도 널리 알려진 17세기 바로크 시대 명화를 기반으로 연출한 13점의 사진 연작이다. 작가가 선별한 원작 이미지들은 살해, 죽음, 충돌과 같은 불안과 공포의 현장을 담고 있다. 특히,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의 성화(聖畫) 〈십자가에서 내림〉의 구도를 차용한 〈누가 영원히 살기를 원하는가 13〉(2008)은 한국의 군사문화를 다룬 것으로 6.25전쟁, 4.19혁명, 5.16군사정변, 월남전을 연상시키는 이들이 등장하며, 그 한 가운데 작가는 자신을 노출한 채 등장한다. 시대가 변해도 소멸하지 않고 여전히 잔존해있는 한국의 군사문화, 반공, 가부장 문화에 대한 풍자를 극대화한다. 그의 연출은 당시의 종교적인 도상을 넘어 오늘날 인간의 행위에서 비롯한 새로운 내러티브를 현재진행형으로 생산해내고 있다. 〈Who Wants to Live Forever〉는 록밴드 퀸(Queen)의 영원한 지배와 권력, 공포를 노래한 곡으로, 동명의 사진은 이미지 전반에 흐르는 아이러니를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