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조성묵
메신저
조성묵(1940-2016)은 1960-70년대 전위조각단체 원형회와 전위미술단체 AG(한국아방가르드협회)에 참여하며 한국 현대조각의 아방가르드한 흐름을 이끌었던 작가이다. 홍익대학교 조소과에 재학 중이던 1960년 제9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그는 이후 1980년대 〈메시지〉 연작을 통해 추상조각을 탐구했으며 1990년대의 〈메신저〉 연작에서는 일상적인 사물에서 출발하여 형태적·물질적으로 다양한 변형을 가하는 실험적인 작업을 이어갔다. 나아가 2000년대에는 국수를 재료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연작과 산업용 발포 우레탄을 사용하여 빵의 외양을 연상시키는 〈빵의 진화〉 연작을 선보이며 재료의 물성에 대해 더욱 천착하는 동시에 주변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그 의미를 확장시켜 나갔다.
그 중에서도 의자를 소재로 하는 〈메신저〉 연작은 조성묵을 대표하는 고유한 조형 언어로서 그의 작품세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생활 속에서 흔히 마주하게 되는 의자는 인체의 골격을 토대로 고안되므로 기능적으로 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프레임만 남아 있거나 그조차 완전하지 않은 조성묵의 의자는 의도적으로 기능이 제거되어 비일상적이고 낯선 대상, 결과적으로 새로운 사유의 대상이 된다. 이를 위해 그는 다채로운 재료를 사용하였는데 1987년 종이를 짓이겨 만든 작품을 시작으로 향후 활동시기 전반에 걸쳐 브론즈, 레고, 깡통, 폴리우레탄 등이 의자로 형상화되었다. 이처럼 ‘의자’라는 일상적인 오브제를 역설적이고 위트 있게 바라봄으로써 그는 또 다른 소통의 창구를 여는 ‘메신저’를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