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과 아버지
조동환, 조해준
미군과 아버지
조해준(1972-)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그래픽을 공부했다. 조동환(1935-)은 조해준의 아버지로 화가지망생이었다. 2002년 조해준은 아버지 조동환이 물려준 도록에 대한 궁금증으로 아버지와 서신을 주고받게 된다. 그 과정에서 조해준은 아버지의 개인사와 가족사를 아버지가 직접 글과 그림이 섞인 드로잉으로 제작할 것을 제안한다. 이후 부자(父子)는 함께 공동 작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미군과 아버지〉(2005)는 작가의 아버지가 열한 살이 되던 1945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처음 본 미군에서부터 1959년 미군부대에서 카투사로 복무하던 시기까지 보고, 듣고, 경험했던 미군의 이야기를 22장의 다큐멘터리 드로잉으로 제작한 것이다. 이 드로잉시리즈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분단, 6.25전쟁, 반공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근현대사의 격변의 시대 속에서 평범하게 살아온 한 사람의 시선에서 바라본 미군과 관련된 이야기이면서, 우리 근현대사의 특수한 조건에 맞물려있는 개인의 경험들을 다룬 작업이다. 이 공동작업에는 아버지의 과거기억에 대한 방어적이고 자성적인 측면을 드러낼 때 일어나는 주저함, 그리고 망각되어 버린 지각의 주름이 점점 펴지듯 개인사와 가족사 속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