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조덕현
우화
조덕현(1957-)은 콩테와 연필로 사진 만큼 사실적인 그림을 그려 역사와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이다. 20세기 초반의 흑백 인물사진을 캔버스에 정교하게 옮겨 그린 사진회화, 이를 바탕으로 완성한 다양한 형태의 설치는 역사와 기억, 가족, 향수 등 지금은 사라져버린 과거의 정신적 가치에 대하여 상기시킨다. 문학, 영화, 역사, 음악 등 다양한 예술영역과의 협업을 통해 현실과 가상의 모호한 경계에 개인의 이야기를 오버랩 시키며 근대사 속에서 소외되었던 인물이나 잊힌 인물들을 복원시킨다. 특히 2000년에 각각 전남 영암과 파리에서 진행한 발굴 프로젝트인 〈구림마을 프로젝트〉 (2000), 〈아슈켈론의 개〉(2000-2001)는 가상의 역사에 기반하여 현재와 과거, 가상의 시공간을 재조합하며 역사와 기억의 의미에 대해 질문한 대표작 중 하나이다.
〈우화〉(2008)는 현대미술작가 윤석남(1939-)과 근대 최초의 여성화가 나혜석(1896-1948)을 주인공으로 작업한 메타 작품으로 2008년 경기도미술관 기획전 《언니가 돌아왔다》에서 발표하였다. 전시가 26명의 여성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오늘날 여성작가들의 예술적 성취를 살펴보고자 하였다면, 남성작가로서는 유일하게 특별 초대된 조덕현은 윤석남과 나혜석을 주제로 한 흑백드로잉과 초상 설치를 선보이며 여성작가의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윤석남의 초상을 그녀 어머니의 젊은 시절 초상과 한 쌍을 이루게 하거나 나혜석의 초상과 서로 마주보게 설치하여 작가의 육체적 어머니와 정신적 어머니를 암시하는 독특한 해석을 선보였다. 특히 각각의 초상이 거울을 통하여 무한 복제되도록 구성하여 여성들이 살아온 세월과 여성들의 관계를 확장된 공간 속에 시각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