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전주
정현
목전주
정현(1956-)은 인간과 물질에 내재된 생명력을 조각 언어로 찾아가는 조각가이다. 철길을 지탱하던 폐침목, 철근, 아스팔트, 석탄 찌꺼기 콜타르 등 소용을 다한 산업 폐기물이 작업의 주재료이다. 큰 규모는 물론 오랜 시간을 통해 완성되는 조각의 특성상 작가는 연필 드로잉, 녹 드로잉, 콜타르 드로잉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무수한 드로잉을 바탕으로 조각을 완성해 나간다. 작가는 1990년대 후반부터 침목을 주요한 재료를 사용하여 형상은 거칠게 생략하되 나무의 질긴 물질성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며 재료가 지탱해온 시간과 생명력을 극대화한다. 작가의 말처럼 전통 조각에서 사용하지 않는 “하찮은” 재료가 가진 신선함으로 재료에 내재된 강한 물질성과 본질을 부각시킨다.
높이 17미터, 무게 23톤에 달하는 여섯 개의 〈목전주〉(2006)는 작가가 초기에 인체 작업을 통해 담아내고자 했던 힘을 과감하게 실험한 추상조각이다. 오늘날 콘크리트 전봇대로 대체되어 소용을 다한 목전주를 주재료로 내세운 이 작업에서는 세월을 견디며 역할을 다한 나무의 물성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난다. 역시 드로잉에서부터 시작된 대형조각 〈목전주〉는 재료 본연의 장엄함과 생명력으로 땅의 기운이 하늘에 닿을 듯 강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소멸을 앞둔 물질에서 힘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또 다른 형태로 그것을 소생하며 해방시키는 정현 작업의 정수가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