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기억
정연두
수공기억
서울대학교 조소과와 영국 런던 골드스미스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정연두(1969-)는 현실과 비현실이 교묘하게 교차하는 작업을 통해 인간의 꿈, 낭만, 열정, 기억, 향수 등을 다루어왔으며, 그간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펼쳐나가고 있다.
〈수공기억〉(2008)은 여섯 개의 비디오와 사진, 오브제로 구성된 시리즈 작품으로, 비디오 작품은 두 개의 화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화면의 한쪽은 순차적으로 등장하는 노인들이 그동안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를 이야기하는 인터뷰 형식의 기록 영상이, 나머지 한쪽에는 그 기억을 바탕으로 무대 세트를 만들어 정교하고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한 영상이 상영된다. 〈수공기억-보리밭〉(2008)은 어린 시절 보리밭을 회상하는 할아버지의 인터뷰와 주황색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며 세트를 보리밭으로 만들어 내는 설치의 기록이 두 화면에 각각 등장하는 작품이고, 〈수공기억-육간대청〉(2008)은 군대를 떠올리며 이야기에 몰두하는 노인과 집을 함께 지어가는 설치과정이 드러나는 영상이 나타난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동경, 상처에 대한 기억, 혹은 재조합된 새로운 역사와 같은 이 작품은 어긋난 시간들의 만남을 통해 다시금 현실과 허구의 관계를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