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리얼리즘(형제의 상)
전준호
하이퍼리얼리즘(형제의 상)
전준호(1969-)는 ‘대한민국’이라는 특수성과 인간의 보편적인 공감에 기반한 주제를 영상, 오브제, 설치 등으로 발언해왔다. 작가는 한국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을 기록하는 것에서 시작해 전 지구적 현실에 기반한 이야기를 영상 언어로 구성한다. “우리 삶 자체가 〈하이퍼리얼리즘〉”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2007년부터 기아, 전쟁, 권력 투쟁, 이데올로기 분쟁 등 오늘날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져온 참상을 바탕으로 한 〈하이퍼리얼리즘〉 연작을 선보여 왔으며, 2009년부터 ‘예술의 사회적 기능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으로 미술과 인접한 분야와 협업을 통해 예술의 본질과 의미를 확장하는데 주목하고 있다.
〈하이퍼리얼리즘〉 연작 중 하나인 〈하이퍼리얼리즘(형제의 상)〉(2007)은 용산 전쟁기념관에 설치된 동명의 〈형제의 상〉이라는 기념 조형물을 변형시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한국 전쟁 시기에 대한민국 국군 장교로 참전했던 형 박규철과 조선인민군 병사로 참전했던 동생 박용철 형제가 강원도 원주 치악고개 전투에서 극적으로 만난 실화를 소재로 한 청동 조각상을 근간으로한 이 작업은 “서로 부둥켜안고 감격해야 할 대상을 잃어버려 허공을 안고 있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서로 분리된 채 왈츠를 추는 반쪽짜리 군인상을 담은 영상은 활기찬 배경 음악과 더불어 아이러니를 극대화한다. 작가는 직설적인 어법으로 분절된 현실과 화해를 향한 갈망을 동시에 드러낸다.